영어 선생님이 자꾸 바뀌면 생기는 일
자기소개 영어만 매끄러워진다
"선생님이 매번 바뀌어서 제 얘기를 매번 처음부터 해야 했어요." 다른 영어 수업을 그만두고 온 학생이 첫 상담에서 한 말이다. 영어 선생님이 자꾸 바뀌면 수업 앞부분이 매번 내 소개로 가고, 내 실수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으니 같은 실수가 같은 자리에서 되풀이된다.
이렇게 몇 달을 보내면 자기소개 영어만 매끄러워진다. 무슨 일을 하는지, 영어를 왜 배우는지는 누구보다 술술 나오는데, 정작 회사에서 막혔던 일을 꺼낼 차례가 오면 수업이 끝나 간다.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는 누구나 안전한 말만 한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누구나 첫인상부터 챙긴다. 무난한 화제를 고르고, 아는 단어로 끝낼 수 있는 문장만 꺼낸다. 선생님이 매번 새 사람이면 매 수업이 첫 만남이 되고, 학생은 매번 첫인상 모드로 말한다. 지난주 회의에서 말을 못 하고 나온 일, 칭찬을 듣고 손사래를 친 일처럼 수업에서 다뤄야 할 얘기는 나를 아는 사람 앞에서야 나온다.
같은 선생님이 지난 얘기를 기억하고 있으면 수업이 이어서 시작된다. "지난주에 걱정하던 회의는 어떻게 됐어요?" 첫마디가 이렇게 나오면 학생은 인사를 하기도 전에 오늘 할 얘기를 반쯤 꺼내 놓는다. 수업 앞부분이 자기소개 대신 어제의 일로 채워지고, 영어도 어제 일을 말하는 영어가 된다.
실수도 사람마다 버릇이 있다. 어떤 사람은 결론을 늘 마지막에 말하고, 어떤 사람은 칭찬을 받으면 "No, no"(아니에요, 아니에요)부터 한다. 이런 버릇은 한 번 들어서는 그날의 실수처럼 보이고, 같은 사람이 여러 번 들어야 버릇으로 보인다. 학생을 오래 만나면서 내가 가장 늦게 배운 것도 이 차이였다.
선생님이 바뀌는 수업이 맞는 사람도 있을까
있다. 여러 나라 억양을 들어 보고 싶은 사람, 낯선 사람과 말을 트는 연습 자체가 목적인 사람에게는 선생님이 바뀌는 편이 낫다. 다만 면접이나 회의처럼 내 얘기를 깊게 해야 하는 자리를 준비한다면, 지난 수업을 기억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 선생님이 자주 바뀌는 수업을 듣고 있다면, 수업 노트를 한 장 만들어 매번 첫 화면에 띄워 두자. 준비하는 일, 지난번에 고친 문장, 자꾸 나오는 실수 세 줄이면 된다. 수업을 이렇게 열면 새 선생님과도 자기소개를 건너뛸 수 있다.
Before we start, here's what I worked on last time.
(시작하기 전에, 지난번에 연습한 것부터 보여 드릴게요.)
매번 처음부터 해야 했다던 그 학생은 몇 달 뒤 수업 중에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절친한테도 안 하는 얘기를 선생님하고 하고 있네요."
KJ쌤. 1998년에 호주로 건너왔고, 2004년부터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영어로 일했습니다. 지금도 직원을 뽑는 면접관이고, 1:1로 2,000명 넘게 가르쳤습니다.
초안 정리에 AI를 쓰고, 내용과 판단은 KJ쌤이 씁니다.
KJ쌤의 편지
한 달에 한 번, 수업에서 다 못 한 영어 얘기를 메일로 보내요. 영어 때문에 속상했던 일을 답장으로 보내 주시면, 이름은 빼고 다음 편지에 제 생각을 적어요.
첫 편지는 11월 10일 아침 8:00(한국 시간)에 가요. 「소는 cow인데 소고기는 왜 beef일까」
숙제는 없어요. 편지마다 맨 아래에 그만 받기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