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쌤 영어 코치 26년글 영어 앞에서 작아지는 순간들두들링 영어

· 글 KJ쌤

유학 과제 발표, 영어 문장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교수님이 이 과제를 왜 내셨을까

유학 과제 발표에서 준비란, 교수가 이 과제로 무엇을 확인하려는지 알아내는 일이다. 그래서 영어 발표 준비는 원고를 다듬기 전에 "교수님이 이 과제를 왜 내셨을까?"를 묻는 데서 시작한다. 이 질문에 답이 서면 무엇을 말할지가 정해지고, 영어 문장은 짧아도 된다.

과제 발표를 앞둔 학생과 첫 수업을 할 때, 나는 영어 원고를 보기 전에 이 질문부터 꺼낸다. 학생들은 대개 영어를 고치러 왔으니 원고를 먼저 펼치고 싶어 한다. 이 질문을 처음 받은 한 학생은 잠깐 나를 보다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유학생이 발표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건 문법이 틀리는 일이다. 내가 본 바로는 점수를 잃는 곳은 대개 다른 데 있다. 과제가 묻지 않은 것을 열심히 답한 발표가 생각보다 많다.

채점 기준표에서 동사부터 읽는다

호주, 영국, 미국 대학의 과제에는 대개 채점 기준표(marking rubric)가 같이 나온다. 기준표에서 먼저 볼 곳은 동사다. describe(설명하라)와 evaluate(평가하라)는 같은 주제라도 전혀 다른 발표를 요구한다. describe라면 무엇이 있는지 잘 보여 주면 되고, evaluate라면 내 판단과 근거가 들어가야 한다. 조사는 많이 했는데 점수가 낮게 나온 발표를 보면, evaluate 과제에 describe로 답한 경우가 적지 않다.

compare(비교하라), justify(근거를 대라), recommend(권하라)도 마찬가지다. 동사 하나가 발표의 뼈대를 정해 준다. 원고를 쓰기 전에 기준표의 동사에 동그라미를 치고, 마지막 슬라이드가 동그라미 친 동사에 답하는지만 먼저 확인해도 방향이 크게 틀어지지 않는다.

교수님께는 무엇을 여쭤봐야 할까

원고를 쓰기 전에 스스로 물을 것은 세 가지다. 교수가 이 과제로 확인하려는 능력은 무엇인지, 듣는 사람이 발표가 끝난 뒤 한 문장으로 기억할 내 주장은 무엇인지, 질문 시간에 가장 먼저 나올 질문은 무엇인지.

스스로 답이 안 서면 교수 면담 시간(office hours)에 찾아가 여쭤보자. 바쁜 교수를 귀찮게 하는 일 같아서 많이들 망설이는데, 영어권 대학에서 면담 시간은 학생이 쓰라고 비워 둔 시간이다. 영어로는 이렇게 물으면 된다.

Could you tell me what a strong presentation looks like for this assignment?

(이번 과제에서 잘한 발표는 어떤 모습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 질문을 하고 오면 영어 원고가 오히려 짧아진다. 무엇을 빼도 되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교수님이 이 과제를 왜 내셨을까, 이렇게 물으면 학생들은 잠깐 말이 없어진다. 영어를 배우러 왔는데 영어와 상관없는 질문부터 받았으니 당연하다. 발표 준비는 말이 없어지는 몇 초 동안 이미 시작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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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쌤. 1998년에 호주로 건너왔고, 2004년부터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영어로 일했습니다. 지금도 직원을 뽑는 면접관이고, 1:1로 2,000명 넘게 가르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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